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열린 마당

언론에 비친 겨레얼

Koreaness Awakening Movement Union

[오마이뉴스]400년 전 조선인 귀와 코 묻힌곳... 교토 이비총 위령제 봉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5-10-23 15:16

본문

[현장]한일 양국 100여 명 참석, "역사 기억하며 평화와 공동 번영의 동반자로"


- 오마이뉴스 김주영 기자


교토 이비총 위령제 봉행

교토 이비총 위령제 봉행 ⓒ 김주영


지난 22일 일본 교토의 가을 하늘 아래,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이비총(耳鼻塚) 언덕 위로 범종 소리처럼 낮고 느린 염불이 울려 퍼졌다. 정광 본문원 주지 스님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귀, 코무덤(이비총)을 감싸자 묘역을 둘러싼 한일 양국 참석자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의 비극으로 조선인의 귀와 코가 묻힌 이 땅 위에서 제18회 교토 이비총 위령제가 봉행됐다.

이번 위령제는 (사)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이권재) 주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열렸다.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한국민단 오사카·교토본부, 교토한국교육원, 교토국제중고등학교, 일본 정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서 평화를 기원했다.


제18회 이비총 위령제 (염불 : 정광 본문원 주지 자홍혜광스님 )

제18회 이비총 위령제 (염불 : 정광 본문원 주지 자홍혜광스님 ) ⓒ 김주영


고통의 땅, 기억의 제사

이비총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왜군이 조선인 수만 명의 귀와 코를 베어 전리품으로 가져와 묻은 곳이다. 교토시가 설치해 둔 이비총 앞 안내문에는 한글과 일본어로 "전공(戰功)의 증거로 적의 귀와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가져왔다"는 문장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비극은 기록을 통해 남았고, 그 기록의 첫 증인은 정유재란(1597년) 당시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던 조선의 학자 강황이었다. 그는 10여 년 넘는 일본 체류 기간을 정리해둔 <간양록(看羊錄)>에서 귀무덤의 참혹한 광경을 묘사하며 "산 높이에 버금가는 무덤의 크기"라 증언했다.


일본 교토 이비총(귀/코무덤)

일본 교토 이비총(귀/코무덤) ⓒ 김주영


이비총 위령제 인사 말씀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권재 이사장

이비총 위령제 인사 말씀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권재 이사장 ⓒ 김주영


이비총은 역사의 교훈을 새기는 맹세의 장


이권재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이비총 위령제는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화를 다짐하는 맹세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0여 년 전 귀와 코를 잃고 전장에 묻혀야 했던 선조들의 원통한 넋을 위로하며, 한일 양국이 미움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동 번영의 성숙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우 사무총장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는 역사적 해"라며 "이비총의 비극을 잊지 않되,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겨레얼을 살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위령제는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약주로 제례를 올리는 유교식 제향으로 진행됐다. 제사상에 올려진 술 한 잔, 향 한 줄기가 400년의 한을 달래는 듯 했다. 국악팀 '한양팔도'의 위령굿이 이어지자 묘역의 공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위령굿의 북소리는 과거의 통곡이 아니라 이제는 평화를 향한 울림이었다.


교토 이비총 위령제 초헌하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화 회장과 독축하는 갱정유도 이학규 훈장

교토 이비총 위령제 초헌하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화 회장과 독축하는 갱정유도 이학규 훈장 ⓒ 김주영


한일 관계의 상징, 인간 존엄의 복원

행사에는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이지훈 직무대리, 교토한국교육원 이동준 원장, 교토시 나카노 요이치 의원, 야마나 야스히데 중의원 등 한일 양국의 정부와 지방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지훈 총영사 직무대리는 "세계 곳곳이 여전히 전쟁의 포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비총에서 울려 퍼지는 평화의 메시지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고 추도사를 전했다.

한편, 일본 교토시청이 2003년에 세운 귀무덤 안내문은 여전히 이곳이 '전란하에 입은 조선민중의 수난을 역사적 교훈으로 전하는 유적'임을 밝히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비총은 '토요토미 히데요시 관련 유적'이 아니라 '인간의 잔혹함을 반성하게 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조금씩 인식되어지고 있다.


교토 이비총 위령제 아헌 및 추도사를 진행한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 이지훈 직무대리

교토 이비총 위령제 아헌 및 추도사를 진행한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 이지훈 직무대리 ⓒ 김주영


"기억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평화의 근원"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2007년부터 매년 이비총 위령제를 봉행하며, 한민족의 얼과 기억을 잇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 지부를 둔 이 단체는 '얼 살리기'를 한류 정신의 뿌리로 삼고, 각국에서 인류 평화와 상생을 위한 문화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날 교토의 하늘 아래에서 울린 위령의 종소리는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의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무거운 경고이자 "기억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평화의 근원"이라는 조용한 선언이었다. 40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이비총의 흙 속에는 여전히 이름 없는 이들의 한숨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위에 세워진 비석, 그리고 매해 거듭해 진행되는 위령제는 원한의 제사가 아닌 '화해의 예식'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18년째 이어온 이유이며, 우리가 이비총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다.

그날, 교토의 바람은 오래된 슬픔을 넘어 평화를 노래하고 있었다.


제18회 교토 이비총 위령제 참가자 기념사지ㄴ

제18회 교토 이비총 위령제 참가자 기념사진 ⓒ 김주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